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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원 노래분석 - 물레야

by 하얀 오아시스 202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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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원 보컬 분석 두 번째 시간이다. 이번에는 물레야를 가지고 왔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특별히 독특한 가성 사용에 놀라고 반해서 밤새 흥분했었다. 그 덕분에 나의 고물 노트북이 이 노래 스밍을 마지막으로 장렬하게 전사하기도 했다.

 

​ “얼쑤”라는 추임새는 이찬원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었지만 무작위로 남발하지는 않다. 민요적인 노래 또는 민속적인 것을 바탕으로 한 노래일 때 주로 사용한다. 이 노래도 민요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실을 잣고 베를 짜는 길쌈은 여성의 중요한 노동이었고 물레타령, 베틀가 등의 노동요는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물레타령의 노랫말은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원활한 노동을 위해 잠을 쫓는 말, 물레가 잘 돌기를 바라는 것, 시집살이에 대한 하소연, 일을 끝내고 임을 보기 바라는 그리움 등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물레야의 가사는 마지막 부분과 유사한 유형이겠다.

 

​ 한밤이 지났느냐. 밤이 지나길 간절히 바라며 잠 못 이루고 실을 잣는 손길! 불면(不眠)의 기다림이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애타게 기다릴 때 유독 밤이 더 길게 느껴진다. 기나긴 밤이 고통스럽다. 한밤중이 얼른 지나가서 한 밤이 지나고 또 한 밤 지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홀로 타는 등불을 보니 홀로 애타는 자신의 마음 같고 밤은 더욱 쓸쓸해진다. ​ 너 아니면 나는 어떡해. 노동으로 기다림을 잊어보고 그리움을 달래본다. 물레가 없었다면 작은 바람 소리에도 문을 열어볼 것이고 나뭇잎만 바삭거려도 뛰어나갔을 것이다. 그나마 손을 매어 두니 마음이 멀리 도망가지는 못한다.

 

​ ​ ​ 달이 가고 해가 가도 물레만 도네. 하루 이틀 지나는 시간이 쌓여서 한 달이 가고 1년이 가고 긴긴 기다림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찬원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독특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가성을 사용한다.

 

글자로 어설프게라도 표현하자면. “달이 가~으~고” 이 부분에서 나는 달(month)이 지나는 게 아니라 달(moon)이 지나가는 것으로 들렸다. 밤(달)이 지나고 낮(해)이 지나는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한 달이나 1년이 아닐지라도 기다리는 이에게는 하루가 한 달 같고 이틀이 1년 같은 것이다. 독특한 가성의 사용으로 의미를 부여하니 기다림의 길이보다 기다림의 고통이 더 강조된다.

 

​ ​ 기다려도 오지 않는 무심한 님이시여. 돌아가는 물레야. 기다림의 고통을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였던 물레가 원망의 대상이 된다. 끝내 오지 않는 무심한 님처럼 무심하게 잘도 돌아가는 물레가 원망스럽다. 분명히 고통스러운, 서글픈 기다림을 노래하는데 그 흥겨움은 노동요로 딱 어울린다.

 

​ 한과 흥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가수 이찬원 그의 곡 해석이 언제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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