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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이찬원 보컬분석 - 연리지

by 하얀 오아시스 202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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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기보다 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가요를 즐겨 듣지 않았다.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다. 신기하게도 이찬원이라는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노래를 읽어본다. 

 

연리지는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말하며 가수 이찬원과 그의 팬 찬스의 뜨거운 사랑을 비유하는 말이다!

 

농도나 밀도로 말하자면 이찬원의 목소리는 아주 짙다! 진하디 진한 목소리로 모든 노래를 꼭꼭 씹어서 들려준다! 연리지는 농도의 흐름을 조절하는 강약이 특히나 더 섬세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기계마스터는 그 드라마틱한 셈여림을 파악하지 못했나 보다. ​

 

첫째, 도입부의 셈여림 ​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니, 가사 자체가 너무나 신파적이다. 그런데 이찬원은 이 부분을 식상하게 들리거나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도록 꾹꾹 눌러 부른다.

 

“같이 살아요”를 강하게, “죽어도 같이 죽어요”를 약하게 진심을 다해 읊조리며 설득하듯이. 탁월한 해석인 듯하다. 원곡자의 감탄이 나올 만큼. 이런 가사를 이렇게 진심이 느껴지게 부르니 시작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게임 끝난 거다!) 사랑의 맹세로 흔한 클리셰가 된 이 말이 연리지(連理枝)라는 독특한 나무에 투영되니 이것은 말뿐인 맹세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 된다. 두 나무는 이제 하나로 엮여서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

 

​ 둘째, “세찬 비바람”과 “정을 나누며”의 대조

 

​ “엇갈린 슬픈 운명 세찬 비바람” 보통 음이 점점 상승하고 가사마저 강한 어휘인 경우 자연히 강하게 부르게 되는데. 그런데 서서히 올라가는 듯하다가 “세찬”이 부드러워지는데서 깜짝 놀랐다. ‘세찬 비바람’을 왜 약하게 부를까? 어떤 가사가 나오기에, 무엇을 강조하려는 걸까?

 

“세월에 등 기댄 채 정을 나누며” 유사한 리듬이 반복된다. 앞에서 “세찬 비바람”을 약하게 함으로 “정을 나누며” 부분이 조금만 힘을 줘도 더 강하게 들리는 효과가 있다. 슬픔이나 고통이 당연히 함께 하지만 세월을 원망하거나 비관하기보다 함께 견디며 더 결속되어감에 초점을 맞춘다.

 

연리지의 현상은 참 독특하다. 과학적인 검증이나 연구는 잘 모르겠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강 생각해 보자면. 아마도 가까이 있던 나무들이 자라면서 가지가 서로 걸쳐지게 되고 맞닿은 채 비바람에 흔들리고 비벼지다 보면 가지 표면은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 상처에서 수액이 분비되고 그것이 접착제 역할을 하게 되어 결국 서로 떨어질 수 없이 붙게 되는 게 아닐까. 이찬원의 노래 강약에 집중해서 본다면 쓰리고 아팠을 비바람에 얽히던 날들보다 그 시간을 겪으며 함께 나누던 정을 기억하는 것이다.

 

셋째, 클라이막스!!

 

​ “힘들면 내게 기대요.” “눈물을 내게 쏟아요.” (온몸으로 노래하는 이찬원에게 타이트하고 신축성 없는 바지는 위험하다! 미리 찢어진 것이 다행이다!) 아픈 세월을 지나오면서 서로 기대고 서로 눈물 닦아주며 연인은, 또는 가족은 그렇게 연리지로 살아가는 것이다. 노래에 담긴 그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들으면 심지어 두 배속으로 들어도 좋다!

 

그런데 눈물을 쏟듯이 부르는 모습을 보니 자신에게 기대라고 초대하는데 마치, 내가 기대고 싶어요, 내 눈물을 받아주세요, 로 들린다. 눈물 쏟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이 노래가 더 가까이 확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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